최재형 이어 국민의힘 벽 못 넘은 '정치 초년' 윤석열 [홍영식의 정치판]

입력 2021-08-08 13:00  


“제3지대에서 일을 도모하려 해 보니 거대 양당 정치의 힘을 뼈저리게 느꼈다. 인력·전략 등 모든 부문에서 한계를 절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월 30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이유에 대해 캠프의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지난 7월 중순까지만 해도 윤 전 총장과 캠프 내 분위기는 중원에서 일을 도모해 보자는 견해가 우세했다. 제3지대에 머무르며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들이고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최종 승리한 후보와 단일화 경선을 치르는 것이 목표였다.

윤 전 총장의 한 정치 참모는 “국민의힘 간판으로는 중원과 중도층의 지지를 확 이끌어 내기 어려운 만큼 제3지대에서 힘을 키운 다음 국민의힘과 적어도 대등한 관계에서 단일화, 야권 통합을 주도하자는 것이 캠프의 대세였다”고 말했다. 중도와 국민의힘 전통 지지 기반인 보수를 모두 확보해야 대선 본선에서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오세훈-안철수 단일화 모델을 염두에 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경선이 마무리되는 11월쯤 단일화 경선을 거친 뒤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그렇게 예측했다.

하지만 한계가 적지 않았다. 우선 처와 처가를 둘러싼 검증 공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데 역부족이었다. 윤 전 총장의 한 측근은 “처와 둘러싼 이른바 ‘쥴리’ 논쟁만 하더라도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은커녕 매일 쏟아지는 의혹에 즉각적인 방어 전략을 짜는 것도 어려웠고 정무적 판단을 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며 “방어막을 쳐 줄 당의 힘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했다. 이어 “중원지대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국민의힘이라는 거대한 병풍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대선 출마 선언 뒤 ‘컨벤션 효과’ 제대로 못 누려
또 다른 관계자는 “특히 처가와 처를 둘러싼 검증 공방이 벌어졌을 때 개인 플레이를 하다 보니 대응이 체계적이지 않고 미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의 메시지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지난 6월 말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이런 이유들로 인해 이른바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이후 지지율 상승)’를 제대로 누려 보지 못했다는 것이 캠프의 분석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견제도 윤 전 총장의 조기 입당에 한몫했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경선이 시작되는 8월 말까지 입당하지 않는다면 이후 단일화도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특히 윤 전 총장 입당 전 캠프에 합류한 국민의힘 인사들의 징계까지 거론했다. 윤 전 총장 캠프에 들어간 국민의힘 인사는 이학재 전 의원(상근 정무특보), 함경우 전 조직부총장(상근 정무보좌역), 신지호 전 의원(캠프 상황실 총괄부실장), 박민식 전 의원(기획실장), 캠프 대변인에 발탁된 이두아 전 의원, 김병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비대위원 등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권 인사들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설상가상이었다. 윤 전 총장의 또 다른 측근은 “대선 승리를 위해선 중원 장악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사면초가 상황에 처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조기 입당에 대해 캠프 내 부정적 의견이 적지 않았음에도 전격적으로 결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앞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윤 전 총장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이유로 국민의힘에 입당할 수밖에 없었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모두 공고한 양당 체제의 벽을 뛰어넘지 못한 것이다.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과 같이 수십 명의 계보 의원을 거느리는 거물 정치인들은 언제든 기존 정당 체제를 흔들어 자신의 정당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윤 전 총장, 최 전 원장과 같이 계보 의원이 한 명도 없는 정치 신인들로선 대선을 불과 7개월 앞두고 정당 밖에서 자신의 정치 세력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두 사람 모두 싫든 좋든 국민의힘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 정치 현실이다. 기왕 제3지대에서 오래 머무르기 힘든 상황이라면 국민의힘에 하루라도 빨리 들어가 당을 장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그런 선택을 함에 따라 윤 전 총장이나 국민의힘 모두 일정 부분 중도층 탈락이라는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에 실망해 윤 전 총장을 돕기로 했지만 국민의힘에 함께 갈 수 없는 호남 출신 인사들은 고민이 깊다. 윤 전 총장 캠프 인사 중 상당수가 여전히 조기 입당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에 일찌감치 들어가 최종 후보가 되는 것과 바깥에서 단일 후보가 된 뒤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것은 중도 지지 획득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전·현 의원 수십명씩 윤·최 캠프로 급속 이동
어쨌든 윤 전 총장이 전격 입당하고 최 전 원장이 입당 뒤 출마 선언을 하자 그간 어정쩡하게 있던 의원들은 두 갈래로 급속하게 갈리고 있다. ‘친(親)윤석열’과 ‘친최재형’ 신계파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국민의힘 내 계파 형성은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가 2006년 만들어진 이후 15년 만이다. 친이계·친박계도 와해되고 양 캠프로 뿔뿔이 흩어지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내 윤 전 총장 측 전·현직 의원들은 5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석·권성동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오랜 친구로 일찌감치 돕고 있다. 장제원 의원이 캠프 총괄실장 역을 맡고 있다. 조직본부장에 이철규 의원, 부본부장에 강승규 전 의원, 상황실 총괄부실장에 윤한홍 의원, 상임전략 특보에 주광덕 전 의원, 상임정무특보에 정용기 전 의원 등이 합류했다. 김선교·김성원·박성중·서일준·안병길·유상범·윤주경·윤창현·이달곤·이만희·이용·이종배·정점식·정찬민·지성호·최형두·태영호·한무경 의원 등도 윤 전 총장 측 인사로 꼽힌다.

최 전 원장을 돕는 정치인으로는 일찌감치 지지를 선언한 정의화 전 국회의장, 종합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3선 출신의 김영우 전 의원이 있다. 김미애·김용판·박대출·박수영·이종성·조해진·정경희·조명희·조태용·최승재 의원과 신상진·이춘식·정옥임 전 의원 등도 최 전 원장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원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 등도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책 전문가들 영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을 영입했다. 최 전 원장 캠프 경제 전문가로는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김대기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합류했다. 둘 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위 관료를 지냈다. 안보 전문가로는 역시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역임한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을 영입했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등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유불리 계산을 하고 있다. 이 전 대표와 이 지사 측은 대선 본선에 진출할 경우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조기 입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바깥에 있을 경우 자신들의 지지층 중 일부가 이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 입당으로 그런 걱정 하나는 덜었다는 분위기다.

반면 국민의힘 기존 주자들은 잔뜩 경계하고 있다. 특히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모두 입당하자마자 당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데 대한 견제다.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은 두 사람에 대한 치열한 검증을 예고했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모두 이제 내부 공격에도 직면하게 되면서 국민의힘도 본격 대선 경선전의 막이 올랐다.

홍영식 논설위원 겸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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